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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영어,쉽게 배울수 있다는 믿음

영어는 언제나 부담스럽다. 미국에 사는 한 나이에 상관없이 영어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다. 막 이민 온 사람부터 수십년간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단골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이민 고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10여년 간 영어공부를 하고 미국에서도 어덜트 스쿨이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 공부를 해도 말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반세기 가까이 이민 생활을 해도 1세들에게 영어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유다.    신은 우리에게 학문을 하고 사물을 이해하는 좋은 머리는 주었지만 외국어를 반복 연습할 수 있는 끈기는 주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끈기만 있었다면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영어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영어 필기시험은 잘 봐도 회화 수준은 다른 민족에 비해 부족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는 영어를 학문으로 공부하는 것과 말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내게 영어를 배웠던 학생들 가운데 한국식 영어에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영어학원 강사, 고교 영어교사 등이 이를 잘 증명한다. 사실 이들의 문법 실력은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보다 더 깊고 완벽했다. 그러면서도 말은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영어를 공부하는 것과 말하는 기술의 습득은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생활영어에 사용되는 단어는 그리 많지 않다. 영국 교육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런던 근교의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1800여개였다. 아시아 지역 중학교에서 배우는 단어가 1500~1700개 정도니 별 차이가 없다. 영어지식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문법은 문장을 이해하고 영어로 말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지식만 갖추면 된다.   말하기 공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누구나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는 끈기만 있으면 된다. 물론 통역사를 한다든지 전문적 수준의 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관공서에 가거나 병원에 가서 사용하는 영어, 일상생활 영어 정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쉬운 책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   미국에 살면서 자신을 한정된 세계에 가두어둘 필요가 없다. 이제 많은 1세가 은퇴를 하고 있다. 자신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영어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목표를 너무 어렵게 잡지 말고 쉬운 생활 영어 정도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번에는 꼭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영어 믿음 영어회화 공부 영어 공부 영어 일상생활

2024-07-10

여름방학 영어 공부 부족하면 뒤처져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가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한인 학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학교에서는 소수계 학생으로 ESL에 넣기까지 한다. 학교에서 똑같이 배우는데 왜 그럴까. 아마도 개인적인 차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소수계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다른 백인 학생들에 비해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미국 교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현상'으로 파악해서 활발히 연구했던 주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똑같은 학교를 다녔는데도 영어 실력 격차가 나는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학계에서 꼽고 있는 것은 '서머 슬라이드'(Summer Slide)라고 명명했다. '여름방학에 뒤로 미끌어지는 것'이다.   대부분 한인 학생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영어보다는 수학을 아주 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서 따져보면 어려서 미국에 왔거나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도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똑같이 배우는데 왜 영어가 부족한지 궁금했다. 하지만 미국 교육계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있어왔다.    일반 학기 중에는 똑같이 공부하고 숙제하는데 학부모가 영어에 능숙하지 못하거나 소득이 낮아서 함께 있으면서 공부를 돌봐주지 못해도 학기 중에는 매일 학교에 등교하기 때문에 차이가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소수계 가정의 대부분 자녀들은 여름방학에 영어 공부를 중단하기 쉽다. 이것이 결국 영어에서 뒤처지는 원인이다. 더구나 이런 현상은 암 같은 질병처럼 쌓여서 누적 피해를 입힌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서 자녀들이 가정 밖에서만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 3~4학년까지는 백인과 소수 민족 학생간에 영어 능력과 성적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5~6학년부터 차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평균적으로 볼 때 6~7학년이 되면 백인과 소수 민족 자녀들의 영어 수준이 2년 정도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길고 지속적인 영어 공부가 어려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따져보면 8학년 한인 학생의 영어 수준이 백인계 6학년 수준인 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인들의 다른 소수계와 달리 높은 교육열 덕분에 여름 캠프나 SAT 및 보충학습학원 등의 특단의 노력을 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소수계 학생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더 커진다고 지적한다. 똑똑한 한인 학생이 수학은 잘해도 영어가 같은 수준이 못 되는 이유가 바로 서머 슬라이드 현상 때문인 것으로 교육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관련 연구에 따르면 소수계 학생들의 영어 능력 차이의 85%까지 이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아울러 후속 연구에 의하면 9학년생 중 3분의 2가 갖고 있는 읽기 실력 차이도 알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쌓였던 차이에 원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면 서머 슬라이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공부는 공부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자녀를 위해서 서머 클래스를 계속 듣게 하는 것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계속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중단 혹은 단절 사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초등이나 중학생에게 서머 클래스를 계속 수강하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 권위자인 하버드 교육대학원 제임스 김 교수의 조언을 들어보면, 해결 방법은 여름방학동안 영어책을 4권만 읽으면 뒤처짐을 극복할 수 있다. 여름방학이 3개월이니 한 달에 1권 정도만 읽어도 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리내어 (oral reading) 책을 읽고 스스로 읽은 것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읽는 것을 싫어한다면 텍스트가 포함된 오디오북도 권장할 만하다. 듣고 따라해 보는 것이 가능해서 영어 실력이 뒤로 퇴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읽고 듣고 이해하면 종합적인 영어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온갖 영어 매체, 특히 유튜브 같은 사이트를 통해서 전 세대들이 어려웠던 영어 학습이 가능하다. 어쩔 때는 직장 생활을 하느라고 자녀와 대화가 없을 경우, 한국어 실력을 걱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직접 소리내어 읽는 것이 전반적인 영어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 유튜브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 듣기만 해서는 진전이 없다. 장병희 기자여름방학 영어 소수계 학생들 영어 공부 영어 실력

2024-06-23

[문화산책] 온통 영어 범벅인 대한민국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아쉽고 부끄러운 일이 너무 많다. 나라 밖을 떠돌며 산 세월이 너무 길다 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내가 매우 부끄럽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는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느덧 미국에 산 지가 47년이나 되었고, 한국에 살 때 10년 넘게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는데, 그런데도 나는 영어를 거의 못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매우 부끄럽다! 그보다는 창피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후회막급이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미국 땅에 살면서, 줄기차게 ‘노 잉글리시 피플’로, 세종대왕님 은총에 매달려 생존했다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신기하고, 뻔뻔스럽기도 하다. 아마도, ‘서울시 나성구’ 코리아타운이 없었으면 못 살았을 것이다. ‘서울시 나성구’ 코리아타운이라는 오아시스 덕에 미국이라는 사막 생활을 당당하게 살아낸 것이다. 미국 땅 남의 골목에 한글 문패 걸어놓고, 당당하게 ‘영어 불능 선언’을 하고 한글로 글을 써서 그렁저렁 먹고 살았다니, 생각해보면 참 슬프게 웃기는 일이다.   인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지만, 후회가 크고 아쉬움도 많다. 영어를 잘했으면 제법 출세해서 펄펄 날았을지도 모르는데, 영어 학교에 다니고, 하루에 영어 단어 하나씩만 외우며 살았으면 영어 귀신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그냥 한국에 살았으면 영어 때문에 열 받는 일 따위 없이 편했을 텐데, 뭐하러 이민은 와가지고 생고생인가라는 후회도 살짝 든다. 하지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한국에서 살아도 영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영어를 모르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일간 신문에 얼마 전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어보다 영어를 잘해야만 하는 현실을 비판한 기사다. 생활환경이 온통 영어 범벅이고,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영어를 유창하게 잘해야 하고, 그러니 어려서부터 영어 공부에 목을 매야 하는 기묘한 현실….   그런 시각으로 한국의 현실을 살펴보면, 일상생활에서 한국말처럼 쓰이고 있는 영어가 너무도 많다. 텔레비전 드라마, 뉴스, 연예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나는 모르는 영어들이 당연하게 쓰인다. 아, 한국 사람들이 언제부터 영어를 이렇게 잘했나?   가령, ‘와이프’라는 영어가 ‘아내’라는 우리말을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한 지 오래다. 아내란 ‘집안의 태양’이라는 깊은 뜻을 지닌 좋은 말이다. 집사람, 안사람 등도 정겨운 호칭인데, 요즘 한국 사람들은 ‘와이프’라는 낱말을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이런 식으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버린 사례는 열거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많다. 그래서 뜻있는 이들의 걱정이 크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없지 않다. 온 국민이 이처럼 영어 공부에 전력투구로 매달려 전념하니,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막강해지고, 세계화의 앞날이 밝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정말 그럴까? 해방 80년이 되어가도록 일본어의 찌꺼기도 아직 청산하지 못했는데, 영어가 이렇게 안방 아랫목을 차지하게 내버려 두면 어쩌자는 건지 아찔하다. 이건 머리칼 노랗게 염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따위의 꼰대 잔소리를 되풀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어 벙어리’ 미국 시민인 내 신세를 변명하려는 것도 아니다.   “언어는 정신과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대한민국 영어 영어 공부 영어 학교 영어 스트레스

2024-06-13

[열린광장]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지난 2011년 12월18일, KBS에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송됐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실험 대상자(20~50대)들이 영문학 교수 등 영어 전문가 4명의 도움을 받아 영어 공부를 한 후 변화를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한국인은 어느 나라보다 영어공부를 많이 하지만 영어는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참가자들에게 영어 지문을 주고 읽게 하자 모두 막힘없이 잘 읽었다. 하지만 그림을 보여주고 영어로 설명하라고 하자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이 참가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을 평가한 결과 유럽의 영어 능력 분류 기준에서 기초 수준인 AI에 머물렀다. (당시 한국인의 영어 읽기 순위는 평가 대상 157개국 중 35위이고, 말하기 순위는 121위로 하위권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중학교 수준의 교재를 나누어 주고 하루에 일정량을 50번 이상 크게 읽게 하고,1시간 이상 듣고 받아쓰는 연습을 하게 했다. 실험기간은 3개월. 3개월 후 참가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을 다시 평가한 결과 모두 전에 비해  2.7배 정도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의 대화 수준도 만족할 만큼 향상됐다.     이 프로그램은 효과적인 회화 공부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자주 사용하는 문장들은 크게 읽으며 연습하라. 둘째,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하라. 셋째, 본인이 관심 있는 내용으로 공부하라.     영어를 기억하는 방법은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법이 있는데 서술적 기억은 단어, 문법, 독해 등 영어 학습을 통해 가능하고, 절차적 기억 방법은 말하는 연습을 통해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운동선수가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서술적 기억 방법이고, 직접 운동을 하면서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절차적 기억 방법이다. 영어 말하기도 운동과 같아서 절차적 기억 방법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셋째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 관심 있는 분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이 되면 영어 자체가 좋아져서 포기하지 않게 되지만 그때까지는 스스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시 정부는 학습 위주의 영어 교육에서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영어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애쓰던 때였다.)   그런데 지난 2018년 한 영어 강사가 반론을 제기했다. 즉, 어떤 책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한다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맞는 주장이다.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울 때는 말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문장구조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건 서로 보완해야 할 문제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조차도 절차적 기억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화체로 되어 있으면서 전 문장구조를  공부할 수 있게 잘 만들어진 교재도 있다. 교재 선택만 보완하면 이 프로그램의 결론은 전적으로 옳고, 또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영어 영어 공부 영어 능력 영어 구사

2023-08-29

[열린광장]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미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은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임계연령(13세) 전에 와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경우다. 이때는 듣는 대로 따라 해도 미국인처럼 발음할 수 있어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 둘째는 직업상 영어가 꼭 필요한 경우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하든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회사에서 일했다고 모두 생활 영어에도 능한 것은 아니다. 업무에 필요한 영어만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세 번째가 성인이 되어 온 1세의 경우다. 이들은 공부를 시작할 때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영어를 미국식으로 발음하는 것과 말하는 리듬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능하면 초기부터 하는 것이 좋다.   젊은 시절 미국인 여성에게서 영어 발음을 공부한 적이 있다. Right 과 Light을 종이에 적고 발음하면서 따라 해 보라고 했다. 이틀을 따라 했는데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왜 같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그 선생님은 R과 L 발음 시 입술과 혀 놀림, 입 전체의 모양과 긴장 정도 등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인은 어려서부터 소리를  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되지만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발음 연습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어 어순과 영어 어순의 비교, 말할 때의 리듬을 익히는 법도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서 점점 영어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다.   오래전 훈련원에 40대 중반의 여성이 온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다 남편과 합류하기 위해 늦게 미국에 왔다고 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미용실을 하고 싶어 영어를 배우려고 하니 남편이 왜 한국 사람한테 배우려고 하느냐며  유태인이 운영하는 회화학원에 등록을 해줬다고 한다.     매일 학원에 갔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3주가 지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해 같이 공부하는 한인 유학생에게 “알아듣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그 학생은 “우리도 잘 못 알아 들어요. 그냥 다녀요”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더란다. 빨리 영어 공부를 해서 미장원을 열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등록 후 매일 연습해야 할 내용을 종이에 적어 외우면서 훈련원에 다녔다. 그녀의 절실함이 영어를 하게 했다.     한의사와 현직 간호사가 같은 반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한의사가 미국인과 대화할 기회가 없으니 영어가 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자 간호사는 “미국인에게서 2년 동안 개인 수업을 받았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어를 배우려는 1세들에게 보통의 미국인은 영어 연습 상대는 될 수 있지만 선생은 되기 어렵다.     영어공부에 성공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우를 알아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현명한 선택이야말로 영어를 정복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최성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열린광장 선택 영어 공부 영어 발음 영어 연습

2023-07-31

[열린광장] 영어공부, 좋아질 수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 미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인들의 한국 방문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인 가운데 상당수도 최근 한국을 방문했거나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한국으로 역이민을 한 사람도 있고, 한국살이를 알아보고 있기도 하다.     왜 오랫동안 살던 미국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일까? 오랜 타국 생활에서 겪는 외로움, 마음 한구석의 서러움 같은 것들이 한국에서 지냈던 시절을 더 그리워하게하고,한국에 대한 판타지를 갖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장소,그런친구들,그런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을까?   최근 몇몇 시니어로 부터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영어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젠가 병원에 누워있을 자신을 상상하면 영어가 마음대로 안 되니 생각만해도, 답답하고 막연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40년 이상 살며 익숙해진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가려는 이유가 단지 영어때문이라면 먼저 생각할 것이 있다. “ 왜 영어가 안되었을까?” 다.   영어가 되는 방법을 알고도 안 했다면 그것도 내가 택한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이었으니 후회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쉬운 방법을 몰라서, 어려운 방법만 찾아 헤매다가 포기했다면 그건 좀 억울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79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던 정치인 권노갑 씨는 영어가 재미있어 하와이 대학에서 원래 전공이었던 경제학 대신 영어 석사 과정을 공부했다고 한다. 영어 공부에 늦은 나이란 없다.   생활 영어를 쉽게 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방법대로 계속 공부하면 영어 회화가 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게 된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학교 앞에서 영어 시험지를 불태우며 시위를 한 일이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7년간 영어공부를 하고도 영어로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항변이었다. 시험용 영어 공부는 영어로 말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전 세계가 공통인 셈이다.   영어공부와 생활 영어회화 공부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수영 선수가 하루에 4시간씩 연습을 한다면 한 시간 정도는 이론을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수영장에서 실전 연습을 해야 한다. 두 가지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했던 방법은 수영을 잘하기 위해 이론 공부만 한 것과 같다. 실제 훈련을 안 했으니 영어가 안된다. 수영이 재미있어지는 것도 수영장에서 보낸 시간 때문이지 이론 공부 때문이 아니다.   학문으로의 영어 공부는 지적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활 영어는 다르다. 고도의 지적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치과 의사와 기공사를 비교해 보면 된다. 기공사는 약간의 이론으로 인공의 틀을 만드는 것을 수없이 연습해서 원래의 이와 똑같은 작품을 만들어 낸다.   생활 영어도 이 정도의 이론을 가지고 꾸준한 반복 연습을 통해 머리가 말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말이 되기 시작하면 영어공부가 재미있어진다.   104세의 김형석 교수는 자금도 책상에 커다란 국어 대백과 사전을 두고 수시로 새로운 단어를 찾아본다고 한다. 모르던 것을 새로 알았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다. 이것은 생활에 활력을 준다. 영어공부가 그렇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영어공부 생활 영어회화 영어 공부 고등학교 영어

2023-05-31

[이 아침에] 끈기를 이기는 것은 없다

한국 사람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은근과 끈기였다. 천박하게 나대지 않고 은근하게 자기의 뜻을 전할줄 알고,한가지 일을 시작하면 될 때까지 하는 끈기가 있었다. 그러다 전쟁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은근은 빨리빨리로 바뀌고 끈기는 조급함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빨리빨리 하다가 안되면 빨리 다른 것을 찾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국이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민 온 한인들도 빨리 경제적 기반을 닦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생활 영어를 공부하는데도 이런 성품이 그대로 나타나는데 있다. 한가지 영어책을 사서 조금 공부하다가 지루해 지거나,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성취에 관계없이 또 다른 책을 구입한다. 책장에 영어책은  쌓이는데 말은 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 새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한몫하는 것같다.     요즘 유튜브 영어 강의도 새로운 것이 계속 올라온다. 이것저것 보다보면 결국 같은 상황이 된다. 이런 방법은 영어에 대한 지식을 쌓는데는 도움이 될수 있어도 말을 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한국어 언어 코드가 머리에 고착된 성인이 영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영어 코드를 머리에 입력해야 하는데, 전통적인 영어 공부 방법으로는 쉽지 않다. 말하는 영어 공부 방법은 깊은 사고력으로 대상을 이해하거나 대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학습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바보같은 우직함으로 같은 것을 될때까지 반복 연습하는 끈기가 더 중요하다. 영어를 학문으로 공부하는 것과 생활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의과대학 연구팀에서 효과있게 암기하는 방법 10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에서 2가지를 소개하면, 첫째는 반복하라는 것이다. 같은 것을 반복 연습해서 머리가 기억하게 하라는 의미다. 당연한 말이다. 그럼 몇번이나 반복해야하나? 가장 옳은 대답은 될때까지다.     대구 어느 대학의 동양학 교수가 논어를 강의 하면서 논어를  500번 읽었는데 강의를 더 잘하기 위해서 200번을 더 읽어야 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단한 교수님이다. 이 교수가 독서한 양의 삼분의 일만 공부하더라도 생활영어때문에 불편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끈기 있게 하라는 것이다.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그 끈기다. 지치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될때까지 하는 끈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도원의 ‘행복 경영’ 에 이런 글이 나온다. ‘강한 리더가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성공한 리더다. 끈기를 대신할 것은 없다. 재능도 끈기를 대신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끈기 만큼은 잃지 말라. 승리는 가장 끈기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렇게 빨리 변하고,복잡해진 세상에서 ‘은근’까지는 아니라도 ‘끈기’는 꼭 되찾아야 한다. 특히 생활영어를 공부하는데는 꼭 필요하다. 끈기는 사람을 성공하게 만들고, 영어도 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이 아침에 끈기 영어 공부 끈기 이것 끈기 만큼

2023-03-02

[기고] 새해 결심, 올해도 영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에는 바트(BART, Bay Area Rapid Transit)라고 하는 장거리 전철이 있다. 코로나 이전 평일에는 약 40만명 넘게 이용했다는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분주한 교통시스템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바트 이용 고객의 40%가 집에서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또 다른 데이터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 기술 인재의 약 39%가 해외에서 출생한 사람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 언어와 문화가 녹아있는 실리콘밸리인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는 생각보다 높은 수치다.   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 (영어)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40% 정도가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안도감도 생긴다. 10명 중 4명은 회의시간에 알아듣지 못한 말에 얼버무리면서 미소로 답했을 것이고, 입을 열기 전에 정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머리를 부리나케 돌렸을 것이고, 상대방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할까 싶어 대규모 미팅에서는 손들고 질문하기를 망설였을 것이다.   3년 반전 실리콘밸리로 오기 전까지 나는 30년간의 모든 회사 경력을 한국에서 쌓았다. 대부분 직장인처럼 영어는 늘 뒤통수를 당기는 스트레스였다. 해도 해도 늘지 않는 것 같거니와(물론 그다지 꾸준히 심각하게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어렸을 때 영어권에서 살았던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곧 부러움이 생겼고, 내가 이 나이에 해봤자 얼마나 달라지겠냐는 생각에 쉽게 움츠러들곤 했다.   그러다 마흔살 해, ‘내가 아무리 나이가 많고 혀가 굳었더라도 영어를 원 없이 공부해보자, 그래서 네이티브 영어 하는 사람만큼 돼보는 것을 목표로 한번 가보자’는 꿈을 만들었다. 당시 아태지역 화상 회의에서 7분 동안 음 소거를 해놓고도 이를 모른 채 발표를 했던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한 이후다. 그 창피함이 인생 영어공부에 불을 댕겼다.   영어 선생님을 구해 시작한 영어 공부는 현재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좋은 영어 콘텐트들이 있는 유튜브는 그 자체가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감되는 유명 영어학원의 스타 강사들의 강의도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양질의 콘텐트 뿐 아니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했다. 맘이 맞는 회사 동료들과 그룹을 만들어 같이 공부하면서 좀 더 재미가 붙었다. 또 친구들과 그룹채팅방을 만들어 매일매일 영어표현 한 개씩 올리며 서로 독려했다.   직장인들이 영어를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절실함이다. 영어를 정말 향상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있어야 공부를 중단하지 않을 수 있다. 한 달 안에 영어회화 완성, 50일 만에 귀 뚫기 등의 현란한 문구로 혹하게 하는 공부법이 있지만, 영어 공부에 쉽고 빠른 길이란 건 없는 것 같다. 일단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게 언어 능력이다.   몇달 전 회사에서 2박3일 행사를 마치고 팀원에게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집에 일찍 가서 쉬어요. 피곤하죠(Go home early, You are tired)’ 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몇 분 후 답장이 왔나 싶어 전화기를 확인하는 순간, 아뿔싸, tired를 fired로 잘못 타이핑을 했던 것이다. 결국 내 메시지는 ‘피곤하죠’가 아니라 ‘당신 해고됐어’였다.   물론 그 친구에게 바로 전화해서 수습을 했다. 최근에는 한 매니저에게 “당신은 팀원들을 참 ‘인간적으로’ 대한다”는 뜻으로 “You are taking care of your teammate as ‘a human’” 이라고 말했다. human은 외계인 혹은 동물에 상대되는 말로서의 인간을 말하기 때문에 이 경우엔 person을 써야 했다. 그 친구는 내 의도를 알기에 “You mean as a person”이라고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속으론 뜨끔했다.   오늘도 이렇게 실수하고 배운다. 내가 영어 오디오북을 일 년에 60여권 정도를 듣고, 매일 두세 시간을 영어공부에 쏟고 있어도 느는 것이 바로바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서너 달 만에 만나는 동료들은 달라진 내 영어를 알아챈다.   올해도 한국 직장인들의 1위 새해 결심이 영어공부라고 한다. 언어는 단기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만이 해답이다. 새해, 다시 한번 영어다. 정김경숙 /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기고 영어 새해 인생 영어공부 영어 공부 영어회화 완성

2023-01-20

[문화산책]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새해를 맞으면서 거창한 ‘올해의 결심’을 정하는 짓을 그만둔 지 꽤 오래되었다. ‘작심삼일’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남들도 다하니 나도 이것저것 결심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소리만 요란스러웠지 제대로 이룬 것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 열심히 하자, 사람 구실 제대로 하자 따위의 결심을 40년 가까이 해마다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실력은 오히려 쪼그라들었고, 사람 구실은 뻔뻔스럽게 후퇴했다. 부끄럽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뭐 대단한 일 이루겠다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그저 편하게 열심히 살자고 마음먹고 살기로 했다. 물론, 되는대로 막살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자주 읽는 것이 나옹선사의 시 구절이다. 틈날 때마다 붓글씨로 옮겨 쓰며 새긴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쓰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노여움도 내려놓고 아쉬움도 내려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셋째 행이 ‘사랑도 내려놓고 미움도 내려놓고’로도 알려진 이 시는 법정 스님의 애송시로도 유명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나옹(懶翁, 1320~76) 선사는 고려 말 공민왕의 스승이었고,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왕사(王師)인 무학 대사의 스승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의 붓다, 중국의 선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깨달음을 우리말로 풀어냈던 고승으로, 한국 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출한 인물이라고 한다.   고려뿐 아니라 중국에도 이름을 드날렸던 국제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 회암사에서 견성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인도에서 온 지공선사에게서 법을 받았다고 전한다. 꼬박 10년간 중국 땅을 주유하며 도를 닦고, 다시 고려로 돌아왔을 때 불과 37세였다. 나옹 선사는 출생부터 험난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세금을 내지 못해 관가로 끌려가던 만삭의 어머니가 길에서 낳았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생사를 넘나든 셈이다.   이렇게 훌륭한 분의 가르침이니 새겨들을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하나라도 실천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 우리 같은 저잣거리 중생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노여움도 아쉬움도 내려놓고 말없이 티 없이 살라는 말씀은 그런대로 어림짐작이나마 하겠는데, 물처럼 바람처럼 살라는 가르침은 참 어렵고 아득하다. 설마 출렁출렁 살랑살랑 건들건들 대충 살라는 말씀은 아니겠지….   물에 대해서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거듭 새겨 읽으면 조금 더 알 수 있겠지만, 바람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답답한 마음에,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나 밥 딜란의 ‘블로잉 인더 윈드’ 같은 노래를 듣기도 하고, 나무숲 사이에서 춤추는 바람의 냄새를 들으려 애쓰기도 하고, 마종기 시인의 시 ‘바람의 말’을 다시 새겨 읽기도 한다.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나옹선사의 말씀은 결국,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라는 가르침일 텐데…. 자연스럽다는 말 또한 참으로 어려운 말씀이다.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함….   아무려나, 올해는 그렇게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영어 실력 영어 공부 저잣거리 중생

2023-01-05

여름방학 기간 영어공부 중단하지 않도록

  ━   소수계 가정의 고민 : 서머 슬라이드     한인 학생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영어보다는 수학을 아주 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서 따져보면 어려서 미국에 왔거나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도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언뜻 이해가 어렵다. 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학교에서 똑같이 배우는데 왜 영어가 부족할지 말이다. 개인적인 차이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 교육계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있어왔다.     소수계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백인 학생들에 비해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미국 교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현상'으로 파악해서 활발히 연구했던 주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똑같은 학교를 다녔는데도 영어 실력 차이가 나는 현상의 주요 원인을 학계에서는 '서머 슬라이드(Summer Slide)'라고 부른다. 문자 그대로 '여름방학에 미끌어져 뒤처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학기 중에는 똑같이 공부하고 숙제하는데 학부모가 영어에 능숙하지 못하거나 소득이 낮아서 함께 있으면서 공부를 돌봐주지 못해도 학기중에는 매일 학교에 등교하기 때문에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수게 가정의 대부분 자녀들은 여름방학에 영어 공부를 중단하기 쉽다. 이것이 결국 영어에서 뒤처지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이런 현상은 암 같은 질병처럼 쌓여서 누적 피해를 입힌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서 자녀들이 가정 밖에서만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 3~4학년까지는 백인과 소수민족 학생간에 영어능력과 성적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5~6학년부터 차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평균적으로 볼 때 6~7학년이 되면 백인과 소수민족 자녀들의 영어 수준이 2년 정도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길고 지속적인 영어공부가 어려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따져보면 8학년 한인 학생의 영어수준은 백인계 6학년 수준인 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인들의 다른 소수계와 달리 높은 교육열 덕분에 여름 캠프나 SAT 및 보습학원 등의 특단의 노력을 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소수계 학생들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더 커진다고 지적한다. 똑똑한 한인 학생이 수학은 잘해도 영어가 같은 수준이 못 되는 이유가 바로 서머 슬라이드 현상 때문인 것으로 교육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관련 연구에 따르면 소수계 학생들의 영어능력 차이의 85%까지 이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아울러 후속 연구에 의하면 9학년생 중 3분의 2가 갖고 있는 읽기 실력 차이도 알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쌓였던 차이에 원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머 슬라이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공부는 공부로 푸는 수밖에 없다. 자녀를 위해서 서머 클래스를 계속 듣게 하는 것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계속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중단 혹은 단절 사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초등이나 중학생에게 서머 클래스를 계속 수강하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 권위자인 하버드 교육대학원 제임스 김 교수의 조언을 들어보면, 해결 방법은 여름방학동안 영어책을 4권만 읽으면 뒤처짐을 극복할 수 있다. 여름방학이 3개월이니 한달에 1권 정도만 읽어도 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리내어 (oral reading) 책을 읽고 스스로 읽은 것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면 텍스트가 포함된 오디오북도 권장할 만하다. 듣고 따라해 보는 것이 가능해서 영어 실력이 뒤로 퇴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읽고 듣고 이해하면 종합적인 영어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병희 기자여름방학 영어공부 영어 공부 영어 실력 영어능력 차이

2022-04-24

[김창준] 하수처리 전문 업체 창업 주류사회 진입 느낌

  ━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 6화〉 '한인 정치' 물꼬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     〈20〉사업가로 성공하며 미국 정착   신문 배달하며 USC서 토목공학 전공 한인정치협(KAPA) 조직 정치 눈 떠   유학생들이 모이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국제관계 연구 동아리였다. 그런데 모임에 가는 게 큰 부담이었다. 영어가 안되니까 그들의 토론내용을 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토론을 벌이며 무언가 개선하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국 교육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학생들은 각 나라 외교정책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주제였다. 때때로 토론에서 코리아도 나왔다. ‘세계 속에 한국이 있구나.’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나는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나 식민지 교육을 받았고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도 겪었다. 당시 한국 역사와 나의 존재를 놓고 고민한 적은 없었다. 부정선거에 항거해 목숨을 내걸고 구름 떼처럼 경무대(현 청와대)로 치닫던 학생들 무리를 보고서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먼 미국에 오니까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동아리 회장을 새로 뽑는다고 했다. ‘내가 나가봐야지.’ 새로 들어온 신입 회원의 출마 선언에 다들 생뚱맞은 표정이었다. 정견발표를 준비해야 했는데 영어 소통이 잘 안 됐던 나로서는 도움이 필요했다.   친절하게 대해주던 한 백인 여학생을 찾아갔다. 정견발표를 대신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며칠 뒤 학교 신문에 나와 그녀 사진이 크게 실렸다. 우리 팀은 교내에 화제를 불러 모았다. 결국 동아리 회장으로 덜컥 당선됐다. 그 여학생은 동아리 행사마다 나와 함께 늘 같이했다.     우리 파트너십은 이런저런 이유로 2년 임기 중 7개월 만에 깨졌다. 나로서는 영어가 더 절실해졌다. 여긴 미국이었다. 영어를 제대로 해야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면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V와 F, TH, Z 발음이 가장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어느 날 신문을 소리 내 읽었다. 신문에 실린 주요 기사를 몇 번씩 소리 내 읽었다. 그렇게 영어 공부에 매달리자 유학생활 1년 만에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하루가 다르게 귀가 열리고 말문이 터졌다. 그래도 특유의 악센트는 여전히 남아 있고 아직도 서툰 부분이 있다.   그 무렵 지역 신문사 보급소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 새벽 시간에 일해 낮에 공부하기 좋았다. 수입도 좋은 편이었다. 신문 배달을 하는 동안 단 하루도 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걸 좋게 봤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역 책임자가 됐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수입이 늘었다. 병원 청소도 그만뒀다.     신문 보급소 일을 하면서 내가 가고 싶었던 USC 토목공학과 2학년에 편입했다. 꿈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원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고들 한다. 그때 내 삶은 원대한 꿈을 갖고 살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코앞에 닥친 현실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학부 공부를 하면서 미국과 미국 사회가 이해됐다. 그러다 보니 미국 친구도 사귀게 됐다.     토목공학은 적성에 맞았다. 이 분야를 공부하기 전까지는 내 성격이 엔지니어에 적합하다는 걸 몰랐다. 공학은 기준을 세우고 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모든 작업은 기준에 맞아야 했다. 그런 일이 내 성격과 잘 맞았다.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USC 졸업 뒤 곧바로 USC 대학원에 진학했다.   전공은 환경공학으로, 상하수도 물 정화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주경야독으로 조교까지 하면서 1969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온 지 8년 만이었다. 학교에서는 박사과정을 권했지만, 연구직은 내게 맞지 않았다. 주류사회에 나가 사업가로 성공하고 싶었다.   마침 대학원을 마칠 무렵 미 전역에서 하수처리장 설치로 바쁠 때였다. 전공 분야라 좋은 직장에 금방 취직됐다. 신문사 아르바이트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던 빡빡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하수처리 컨설팅 업체인 ‘제임스 몽고메리’에서 경험을 쌓은 뒤 직접 회사를 차렸다.   하수처리장 짓는 일은 주정부에서 발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으면서 업무상 정부 관계자들을 자주 만났다. 하수처리장 수주를 잘 따기 위해 신문·잡지를 꼼꼼히 읽으며 정부에 관한 지식을 키워나갔다.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폐수처리 사업이 이어지다 보니 일거리가 쏟아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행기를 타고 서부 지역을 날아다녔다. 미국으로 건너와 처음으로 내가 뭔가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더는 이방인이 아니고 미국 주류사회 일원이 된 기분이었다.     엔지니어로 왕성하게 일하면서 일본계가 만든 아시아기업가협회(AAA)에 나가 활동했다. 얼마 뒤 일본계를 제치고 내가 AAA 회장이 됐다. 그러면서 일본계가 어떻게 미국의 주류사회와 소통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인들과의 교분도 이어갔다. 한인이 늘면서 한인들을 위한 이익단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무역업을 하던 배기성씨와 함께 1972년 한미정치협회(KAPA·카파)를 조직했다. 나는 2대 회장이 됐다. 우리는 카파의 첫 번째 사업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제리 브라운 당시 후보의 정치모금 파티를 열어 후원금을 걷어줬다. 브라운은 8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했다. 당시 최연소 주지사였던 그가 40년 뒤 다시 주지사직에 당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카파 회원들은 정치 후원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게 됐다. 앞으로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2세들을 위해서라도 한인들이 더는 먹고사는 일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미국은 거대한 나라지만 그 거대한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지역구민들이 뽑는 주 의원, 시의원이라는 걸 실감했다.     정치 모금은 한인사회 의견을 주지사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길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원용석 기자김창준 하수처리 주류사회 영어 공부 지역 신문사 동아리 회장 남기고 싶은 이야기

2022-01-12

"영어, 배우면 됩니다" 아줌마아저씨 영어교실 종강

  '아줌마와 아저씨들의 무료 영어 교실'(강사 이금선)이 지난 21일 종강식을 개최하고 2021학년도를 마무리했다. 25명의 학생들은 이날 둘루스 경서교회에 모여 이금선 강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영화 '7번방의 선물(Miracle in Cell No.7)'을 관람한 뒤 이금선 강사가 준비한 점심을 먹고 소회를 나눴다.     이금선 강사가 먼저 "강의 능력이 되는 한, 체력이 되는 한 열심히 강의하겠다"면서 "함께 공부해 줘 고맙고 내년에도 잘 해보자"고 전하자 학생들은 "감사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지난 2006년 애틀랜타에서 문을 연 뒤 올해로 16년째를 맞은 아줌마아저씨 무료 영어 교실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내달 4일부터 매주 화,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 45분까지 수업한다. 다음은 이금선 강사와의 일문일답.     -무료 영어 교실을 매년 여는 이유. "1970년 뉴욕으로 처음 미국 땅을 밟은 뒤 51년째 살고 있다. 일을 많이 했는데 그런 가운데 희망사항이 하나 있었다. 영어를 잘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2006년 영어교실을 시작해보니 영어 선생님이 (적성에) 딱 맞았다. 그래서 매년 열고 있다. 즐겁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했나. "간호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수퍼마켓, 식당 등을 운영했는데 일 하면서도 공부를 계속 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문법도 배웠다. 내가 미국에서 살 건데 영어를 못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민 초창기에는 영어 선생을 할 정도의 체계적인 실력이 아니었다."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다. 너무너무 좋다. 영어 선생님을 하게 된 게 특히 좋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면서 얻는 기쁨이 크다. 수강생이 50~60명이었는데 팬데믹으로 조금 줄어 이번 학기에는 25명이 참여했다. 수업료는 없지만 월 20달러 운영비를 받는다. 인원수가 적으면 수업이 없어질까봐 학생들이 나서서 모금을 한다. 학생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다."   -영어 교실의 목적은. "영어를 잘하는 거다. 5년 정도 살면 귀가 뚫리고 영어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데 '브로큰 잉글리시(Broken English, 엉터리영어)'다. 그때부터 공부하면 된다. (나도 못했지만) 공부해보니 누구든 영어를 공부하면 잘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하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영어 배우는 사람, 잘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유 캔 두 잇'(You can do it)."   -언제까지 운영할 건가. "이미 현업에서는 은퇴하고 영어 선생님이란 길을 가고 있지만, 최종 은퇴할 때까지 하고 싶다. 내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셔야 한다. 집에서 매일 1시간 15분씩 시니어용 트램플린과 다리 운동을 한다."     -영어 두려움 많은 분들에게 한마디. "나와서 배우면 모르는 걸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을 내서 배우길 바란다. 우리 교실에는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이 있다. 5년째 다니는 분들도 있다.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재미있어서 계속 나온단다. 나에게 배우면 실수가 없다.(웃음) 최선을 다해 최고로 강의할테니 용기내서 나와주길 바란다."     ▶문의= 770-845-0960   배은나 기자영어 영어 공부 영어 선생님 영어 교실

2021-12-21

[기고] 은근과 끈기의 민족성

한국인이 가진 여러 특질 중에 은근과 끈기가 있다. 경박하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은근하게 마음을 전한 것이 조선의 선비정신이었다. 그들은 한 권의 책을 수백번 읽는 끈기도 갖고 있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은근과 끈기보다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기마민족의 특질이 더 강조된 것 같다. 이러한 특질이 디지털 혁명을 겪으면서 세계의 새로운 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가파른 변화를 겪고 고속성장을 환호하는 사이에 화려하지 않는 은근함, 여간해서 굴하지 않는 끈기기 사라져가고 있다. 부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고, 이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한다. 남보다 더 가져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 야성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처절한 게임에 내몰릴 만큼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저 드라마로 보기에는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드라마에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사회 현상이 세계 곳곳에 팽배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언젠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하기에는 어두운 구석이 너무 많다. 한국사회도 점점 오징어 게임을 닮아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씁쓸한 이야기다.     요행을 노리는 게임에 참가하기 보다는 더 좋은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은근과 끈기라는 특질이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가려져버린 이 특질을 다시 불러내야 한다.   끈기의 결과는 최근 중앙일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로 된 학술서를 낸 구대열 교수(76)에게 영어를 잘하는 비결 묻자 ‘무소반 읽외’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영어로 강의하고 영어로 496쪽에 달하는 학술서까지 냈다. 그는 유학도 기자 생활을 5년 한 뒤 늦게 갔다.     그는 영어 공부 비결에 대해 “무조건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고 외웠다”라고 답했다. 책 두 권을 정해 놓고 완독할 때마다 ‘바를 정(正)’자를 써가며 계속 외웠다. 어느새 ‘정’자가 200개가 넘었다고 한다. 무서운 끈기다.   그는 한국 대학에서 영어 광풍이 불 때 가장 먼저 영어로 강의한 한국인 교수다. 그의 끈기가 영어로 강의하고 영문 학술서를 발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호왕(93) 고려대 명예교수는 평화상 외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한국에서, 올해 생리의학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됐었다. 그는 의대 졸업 후 한결 같이 바이러스를 연구한 기초 의학자이다. 그의 끈기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은근이 존중 받고 끈기가 보상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야성이 재배하는 사회는 화려해 보여도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성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기고 은근과 민족성 은근과 끈기 영어 광풍 영어 공부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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